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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ethe-Zertifikat B1 합격 수기

무니화니 2024. 1. 25. 17:31

사실, 시험에 합격 통지서를 받은 지 좀 됐다. 이렇게 뒷북으로 합격 수기를 올리는 것은, 이렇게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저장해 두어야, 나중에 "내가 이렇게 공부했었지"라는게 조금이나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였다. '독일어를 노베이스로 공부했던 사람은, 이렇게 B1을 땄다' 라고 작성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합격 수기보다 더욱 특별할 것 같아서도 있다. 다른 분들처럼 훌륭한 점수에, 더욱 철저하게 계획된 시간표에서 시험을 준비했을 것을 기대하고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나태함과 오만함에 가득찬 이 글을 보고 혀를 끌끌 차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자격증임을 제시하는 것도 오히려 자신감을 복돋아주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어서 자신감을 얻고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시험 일자는 2023년 08월 29일이였고, 이전에 합격했던 스페인어 DELE A1나 A2나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 4월봤던 첫 독일어 B1 시험과는 다르게, 읽기, 듣기, 쓰기 와 '말하기'를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날짜에 보았다. 다시 남산에 위치한 독일문화원까지 방문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반으로 줄어서 다행이였다.)

 

시험을 본 목적은,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교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 언어 자격증을 졸업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독일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외국어 고등학교를 스페인어과로 다녔기에, 스페인어와 독일어의 끔찍한 네거티브 시너지로 오히려 독일어 학습에 스페인어는 방해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9학년도에 학교에 입학에서 아베체데부터 공부했었다. 2021년 첫 시험을 도전하기 전까지는 다른 학원에 다녔는데, 사실 독일어의 기본 베이스를 키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지만, 시험 대비 차원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왜 너 이거 못 외워? 다 외우면 합격할건데?"라고 윽박지르는 느낌의 연속이였고, 결국 시험 직전 막바지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학원을 drop했다. 그 이후 군 입대를 하고, 다시 복학을 하고 나서, 다시 준비하였다. (군 입대 당시의 독일어 실력을 생각하면, 약 A1.5 정도인 것 같다. 독일어에 대한 기본 체력이 아예 없었고, 편협한 인공적인 암기 위주 표현들만 사용하다보니, 2021년 시험에서는 Ich habe gedacht, dass .... dass..... 이러다가 종속절을 채우지도 못하고 끝났던 것 같다.)

 

준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인터넷 강의, 학교 수업, 학원 시험대비반이다.

1. 독독독 인강 (진짜 내돈내산, 전재산 모든코인 다 걸고 광고아님)

 

A1 수준의 너무 기초인 인강은 제끼고, A2와 B1 내용이 혼합된 내용의 커리큘럼의 인강을 들었다. 기존에 문법 초증급편 교재는 소유하고 있었고, 간단하게 훅훅 읽었다. 독학 프로젝트 A2, B1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다. 어휘는 따로 수강은 하지 않았다.

스크립트를 주고, 독일인 분들이 읽어주시고, 한국인 선생님이 해설을 해준다. 사실 막 "와 명강이다" 이러면서 쏙쏙 들어왔다기보다는, 가랑비에 비 젖듯 조금씩 조금씩 지식이 채워진 것 같다. 다른 인강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QnA도 바로 답변이 오고, 체계적으로 커리큘럼이 채워져 있어서 추천한다. A2라고 해도 Hallo, Ich bin 누구누구, Ich studiere Informatik 부터 시작한다. (물론 아예 베이스가 없으면, 조금 하고 올 것.) 아무래도 Lesen, Hoeren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 학교 전공 강의

우선, 독일어 관련 전공 과목을 5개 들었다. 막 독일어에 엄청 도움이 되는 강의도 물론 있긴 했지만, 계속 독일어 텍스트 번역을 필히 해야하고, 관련된 내용을 접하다보니까 이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ㅅㄱㄷ ㄱㅁㅅ 교수님 한테 많이 배웠습니다. 독문법 베이스 조금 있으신 분들 있으시면 정말 도움 많이 되시고, 학생들 많이 위해서 강의해주십니다. 감사합니다.) 문법은 접속법까지는 배웠었는데, 실제 시험에서 Schreiben Teil 3 빼고는 거의 안 썼었다. 기본적인 과거, 미래, 수동태 조금, 그보다도 형용사, 동사, 명사 변화, Artikel같은 것만 잘 맞춰도 사실 B1까지는 문제 없는 것 같다.

 

만약 독일어 전공 강의 처럼 "독일어를 강제적으로 들어야하는 환경"이 갖춰지기 어려우면, 인터넷에서 독일어를 접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접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유튜브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독일어 관련된 거 듣고, 괜히 뉴스나 기타 소스에서 독일어만 보면 열심히 해석해보려고 시도했었다.

 

 

3. 신촌 아베체 독일어 학원 1달  (이것도 진짜 광고아님, 광고 주시면 좋겠다 차라리..)

 

이때 실력이 "Lesen은 60점은 넘길 것 같은데, 나머지는 어떡하지?" 수준의 Nivel 이였다. 이때 신촌 아베체 독일어 학원에 B1 반에 무작정 들어갔다. 원래 두 달짜리 코스로, 교재가 1강부터 10강까지 있는데, 1강부터 5강까지 첫번째 달, 6강부터 10강까지 두번째 달을 들어야하는 코스이다. 근데 그것도 모르고, 두번째 달에 어쩌다보니 입성하였다. 수업에서는 8월 초반에서는 Lesen중에 조금 어려웠던 텍스트, Horen 중 잘 모르겠는 것 QnA 위주로 많이 나가고, Sprechen 위주로 어떻게 말해야하는지를 제시해주었다. 매 시간 마다 Schreiben한 텍스트는 Hausaufgabe로 자유롭게 나가서, 만약 작성했으면 선생님께서 에딧하셔서 다음 시간까지 주신다. Lesen은 숙제로 어떤 텍스트 할거다! 라고 알려주시면 미리 공부해오고, 단어 찾아오고, 스스로 몇번 번역해보는 식으로 한 다음에, 한 문단씩 한 사람씩 수업시간에 번역하면서 수업하였다. Sprechen은, 사람들끼리 짝을 만들어서 Teil 1을 준비하는 식으로 했고, Teil 2는 한 사람씩 앞에 나가서 발표를 3-5분간 발표하고, 이후에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Horen은 QnA식으로 나갔다. (혼자서 해야지 이건), 그러고 텍스트에서 질문 있었는지 확인하면서 QnA 식으로 수업했다.

 

Lesen... 솔직히 해도, 단어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다음 텍스트, 그 다음 텍스트를 봐도 실력이 느는지 잘 몰랐었다. 사실 한국인의 주입식 교육에서 파생한 감이 있지 않는가.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실제로 제일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래도 친절하게 항상 답변해주시고, 모르겠는 부분이 조금씩, 정말 조금씩 적어졌던 것 같다.

사실 Sprechen이 정말 뻘쭘했다. 10명의 학생 중 나 혼자 남학생이기도 했고, 아예 Sprechen 쪽 공부가 잘 안되어있던 상황이여서, 처음 Text를 집에서 다 쓰고 가서 학원에서 읽다시피 발표했을 때도, 얼굴이 새빨개져서 다시 자리에 앉았던 것이 기억에 난다. 하지만 시험 며칠 전에는 기본적으로 외워야하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게 되었고, 엄청난 발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합격 시켜주겠다" 정도의 발표의 Qualitaet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미리 Teil 1를 준비한 것, 이것도 좀 컸던 것 같다. 시험 현장에서 상대방의 실력은 아무도 모른다. 랜덤하게 정해진 상대방이 정말 정말 잘하는 독일인일수도 있고, 아예 한 마디도 못 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학원에서 실력이 다양했다고 느꼈어서, 모든 환경에서 적절하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내가 분위기를 띄워야하는지, 상대방한테 엎혀서 고마워해야할 지에 대한 느낌도 얻었다. 

 

사실 Schreiben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느낀다. 처음에 아예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학원에서 주는 프린트를 바탕으로 조금씩 채워나가니까 도움이 되었다. Proofread받은 내용도 항상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시험장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던 원천이 되었다.

 

근데 Hoeren이 문제다. 진짜 잘 안 들리고, 집에서 혼자 연습해도, 항상 반 맞고 반 틀리고, "이 답지가 내가 풀고 있는 챕터인가?" 의심하게 될 때도 있었다. 주제도 굉장히 다양하고, 말의 속도도 빠르다. 이건 그냥 혼자 많이 보고, 왜 발음이 이렇게 되는지는 텍스트랑 반복 듣기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Golf를 욜프, 라고 발음하더라. 베를린 사투리라고 하더라. 느낌상으로 이런건 할 수 밖에 없고, 이건 결국 학원에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하는 부분들만 물어보는 식으로 혼자서 실력을 키웠다.)

 

 

시험 당일,

 

학원에서 만났던 분들을 시험장에서 만났다. (많이 반가웠다.) Lesen은 좀 평이했고, Hoeren을 듣고 아, 다음 시험 어떻게 봐야하지, Schreiben 쓰면서 아, 이거 이렇게 써도 되나, 하면서 계속 고민했다. 사실 이정도였는데도 모두 70점대 이상으로 순방한 것 보면, 실제로 시험장에서는 더 내 자신을 깎아내리게 되는 점수로 가정하게 되는 것 같다. Hoeren 정말 반타작 예상했는데, 괜찮았다.

Sprechen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상대편 분이 독일어를 A1.5 정도 준비하신 것 같았다. 21년 4월의 나를 다시 만난 기분? 토론에서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고 내 의견에는 단 한번도 Das klingt gut와 같은 기본적인 동의도 해주지 않았다. 다 Ich habe gedacht, dass .... 이거였다. 하, 그래서 결국 둘의 의견이 조정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 상대가 굽혀주지 않으니까 내가 내 의견은 원래 이거였는데, 너의 의견도 충분히 좋은 것 같다. 그렇게 하자, 식으로 말했다. 애초에 내가 말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 발표에서도 내가 한 발표에 대해서 질문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상대에 발표에 대해서 내가 질문을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감독관의 질문에 대해서 잘 대답한 것 같은데, 상대편의 질문이 너무 애매모호하고 질문인지 여부도 잘 모르겠어서, Sprechen는 정말... 원망스러웠다. 다시 공부해야지, 생각하면서 나왔다.

(우리 조의 Sprechen이 너무 안 끝나서, 다음 팀 분들이 기다렸어야 했을 정도. )

 

그래도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실제 합격 통지일보다 3일 정도 빨리 결과가 나왔고, 이정도면 운이 좋았다 싶었다.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내가 평소에 관심이 제일 많은 스페인어를 B2 수준으로 올리고, 다시 독일어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시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 주세요!